개인적으로 기욤뮈소의 책을 좋아한다.
우연히 알게 되어 “당신 없는 나는”을 접한 이후로 왠만하면 출간된 책을 모두 읽는 편이었다.
(왠만하면이란… ‘종이여자’의 경우 읽다가 좀 지루해져 결국은 끝까지 못 봤기 때문)
천사의 부름은 전직경찰출신의 플로리스트 매들린과 최고의 요리사였지만 몰락한 조나단의 이야기이다.
단순히 공항에서 휴대폰이 바뀌어서 서로의 삶에 연결고리가 생긴 것 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욤뮈소의 필연성은 언제나 심리학적인 베이스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나에게 더욱 어필하는 것 같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듯이, 휴대폰이 바뀐 그 찰나의 순간 서로의 인생에 간섭하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 살아가는 가운데서 얼마나 많은 ‘찰나’의 순간들이 있었을까.
서로의 삶에 연결되었던 가느다란 실들이 그냥 끊어져버렸던 것이 얼마나 많았을까.
아마 매들린과 조나단도 서로에게 휴대폰을 돌려주고 끝났다면 그 연결된 실들이 끊어지고 기억에서 지워지고 그렇게 끝난 관계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호기심(인류를 구하기도 하고 멸망시키기도 하는 그 망할 호기심)때문에 서로의 삶에 더욱더 깊게 ‘간섭’하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제목이 ‘천사의 부름’인지도 모르겠다.
대다수의 그냥 스쳐지나가는 일상의 흔한 일일 뿐인데도, 서로를 강하게 이끌고 연관시키는 것.
작가는 천사의 부름이라고 모호하게 애둘러 표현했는데도 굉장히 그럴 듯 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천사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우리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기욤뮈소의 책을 자주 보다보니 특유의 반전(착한 사람이 악당이거나, 악당이 실상은 나쁘지 않은)은 이제 ‘클리쉐’이다.
그게 너무 뻔해보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인물이 출현할 때마다 그걸 고민해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언제나 전문서적이나 따분해보이는 다큐스타일의 책을 주로 읽는 내게, 이 책은 내 머리에게 주는 잠깐의 여름휴가와 같은 책이었다.